Location: Cheongdam-dong, Gangnam-gu, Seoul
Use: Teppan Bistro
Area: 실내-120㎡, 테라스-32㎡
본지 2003년 11월호의 특집기사는 <大韓民國 INTERIOR DESIGN 新代白書>였고, 디자이너 최용운은 그 기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신진 디자이너였다. 우리는 이 기획기사에서 우리가 뽑은 30대 디자이너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졌었는데, 마지막 질문은 이랬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디자이너 최용운의 답변은 "초지일관"이었다. 당시 함께 실린 그의 작품인 리앙 에스테틱과 이제 벌써 7년이 지난 디자이너의 공간을 보면 그가 초지일관 공간디자인을 해오고는 있지만, 공간의 감성은 초지일관하지 않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리앙 에스테틱에서는 트렌드에 맞는 컬러감, 보색의 미묘한 긴장감, 미니멀한 가운데서도 살아 있는 화려한 표현을 즐겼는데, 이곳 T6는 컬러에 대한 목소리가 없다.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이런 것을 원숙미라고 해야 할는지. 그때는 그런 공간이 좋았고, 지금은 이런 공간이 좋다. 지금은 소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이곳은 자연의 소재, 즉 거친 소재를 곱게 마감하고자 했고, 물성 이외의 컬러는 배제하였다. 물성을 부드럽게 드러내는 간접 조명을 설치했고, 동시에 공간을 이루는 기 능의 영역들의 덩어리감을 살리고자 했다.
층고 차이가 다소 있는 외부 테라스가 있고, 전망도 좋은 곳이다. 이곳 공간디자인의 시작은 어떠했나? 와인바였던 이곳을 가로수길에 있는 나의 전작인 스테이크하우스 STK528의 클라이언트가 철판(테판은 철판의 일본식 발음, Teppan)구이집으로 계획한 곳이다. 이곳을 위해 나는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본으로 가서 갖추어야 할 설비시스템을 두루 돌아보았 다. 일본은 전기, 우리나라는 가스를 쓰는 등의 설비와 문화적 차이점을 감안해서 설계해야했다. 사실 일본도 정통 테판은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테판 바 부분이 T6의 중요한 핵심이니 신경이 많이 쓰였겠다. 보통 천장의 후드는 지저분해 보이니까 숨기고자 하는데, 이곳 T6에서는 매스로 보이도록 거대하게 드러냈다. 철판을 두르고 있는 높이 차이가 나는 철판 띠는 디시워머의 기능을 할 수 있다. 요리사가 작업하는 바 안쪽의 바닥은 낮고 손님이 앉는 바 바깥쪽은 바 닥이 높아서 일반적인 테이블에 쓰는 편안한 높이의 의자를 쓸 수 있다.
주목 받는 단풍나무 한그루, 어떤 의미로 두었는지? 사실 새빨간 단풍나무를 사왔다. 일본의 음식문화이긴 하지만 더 넓은 동양적인 감성을 담고 싶어서, 시각적으로 동양을 상징하는 빨간 존재를 두고 싶었다. 그런데 점점 녹색으로 변해버려서 유감이다.
2010월 월간인테리어 286발췌
공간에 있어 물성의 해석은 본질적인 특성에 가까울수록 극대화되는 것이 진리다. 덧붙이고 장식이 많아질수록 물성간의 조화가 깨지기 십상이다. 거칠고 부드러운, 차갑고 따뜻한 물성 그 자체로의 자리 잡음이야말로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T6 데판 비스트로는 재료가 갖는 물성이 그대로 드러남으로써 거칠면서도 안정적이고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소재인 돌과 나무를 기본으로 철과 콘크리트가 어우러져 공간의 표정을 만들고 있다.
특히 건축의 기본요소인 선과 면, 매스를 기조로 장식을 배제하고 공간을 비워냄으로써 비로서 가득 찬 공간감을 담을 수 있었다. 최소한의 장식으로 복잡한 부담감으로부터 해방됨에 따라 재료의 물성과 건축의 기본 요소가 어우러져 T6 데판 비스트로만의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T6 데판 비스트로는 철판요리(데판야끼) 전문점이다. 일본에서 시작된 즉석요리인 만큼 국내 대부분의 철판요리 음식점들이 기본적으로 일본풍의 인테리어를 추구하고 있으나, T6 데판 비스트로는 일본식의 색채를 배제하고 T6만의 철판요리 레스토랑을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T6 데판 비스트로는 자연적인 소재와 기본적인 연출기법을 통해 안정감과 편안함이 배어 나오도록 의도되었다. 주요하게 사용된 나무와 석재 등은 수평의 선이 모여 면 또는 매스를 구성함으로써 안정감이 배가되어 있고, 돌과 석재의 사용은 거칠고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연출한다. 특히 돌과 석재의 거친 면들은 따뜻한 조명연출에 의해 거친 특성으로 극대화되는 것이 아닌 부드러움으로 변모된다. 의도된 수많은 간접조명은 재료의 물성을 분해하고 거친 면을 부드럽게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T6 데판 비스트로의 입구는 멀바우 집성보드로 감싸인 공간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마주하는 안내데스크는 멀바우 집성목의 테이블과 포천석이 조화되어 모던하면서도 내추럴 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입구 우측으로는 손님들의 의복을 보관할 수 있는 옷장이 마련되어 있고, 안내데스크 기둥에도 수납공간이 숨겨져 있어 작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입구 왼쪽 벽면으로는 메쉬가 얽힌 철문이 영업시간 이후의 보안을 책임진다.
안내데스크와 이어진 와인저장고는 시각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메인 공간으로 들어서면 좌측으로는 철판요리를 직접 보면서 즐길 수 있는 바가 위치해 있고, 우측으로는 테이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인 공간으로 진입하기 전 돌망태는 별도의 룸의 파티션 역할을 한다. 막혀있으면서 열린 소통의 파티션이다. 조명으로 거친 느낌을 비교적 따뜻하게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철판요리가 직접 시연되는 바 공간은 후드의 효율적인 기능을 위해 1900㎜ 높이로 설치하고 포천석으로 마감했다. 포천석이 과도하게 드러나 공간에 무게감을 과중하게 떨어뜨릴 수 있음을 고려해 천장패널의 높이 또한 조절함으로써 균형을 이루고 있다. 다른 초점에서 이야기하자면, 테이블 공간의 천장 패널과 철판요리 바 위의 천장 패널의 높이가 다르게 시공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바 공간은 수려한 배경을 갖는 창가 쪽의 테이블 공간 못지않은 집중력 있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메인 공간으로 진입하면서 천장의 패널을 따라 이어진 수직패턴은 속도감을 조절한다. 시선의 속도로 다다르는 곳은 외부 테라스 공간이다. 액자 속 한 장의 사진처럼 연출된 한 그루의 나무는 동양화에 다반사로 등장하는 정자처럼 정적인 공간에 하나의 정점을 찍는다.
원래는 사시사철 붉은 빛을 띠는 홍단풍나무로 설정되었으나, 옮겨와 심는 동안 숨결을 고르고 있는지 푸른빛을 띠고 있다. 테라스 공간은 와인을 즐기거나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편안한 소파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20010년7월 월간 발췌